노느라 바쁘다보니 블로깅도 뜸해지는군요, 이거 접어야 되는 거 아닌가...-_-;
머 기다린 분은 없겠지만 그래도 사과의 말씀을 전하며...
며칠 전에 닌텐도 DS를 구입했습니다. 정확한 명칭은 Nintendo DS Lite죠(이하 NDSL).
별로 깊이는 없지만 그래도 오래 동안 게임을 즐겨온 입장에서 한 마디 하자면, '게임은 화려한 그래픽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것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PSP도 보유하고 있지만 사실 제가 보기에는 게임기 성능에 비해 그닥 괜찮은 타이틀이 많이 없는 것 같아 게임은 거의 즐기지 않고 MP3와 동영상 뷰어로 쓰는 정도로 전락한 상태입니다.
반면, NDSL은... 1주일동안 충전기를 달고 삽니다...
타이틀은 '동물의 숲', '뉴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마리오 카트 DS' 세 개 뿐이지만 저는 셋 다 재밌게 즐기고 있고, 와이프님은 동물의 숲 폐인 수준입니다...ㅡㅡㅋ
게임기의 성능과 플랫폼도 중요하지만 역시 소프트웨어가 더 중요한 것 같네요.
마리오 시리즈는 워낙 명성도 대단했고 NDSL 버전들도 게임의 재미를 잃지 않고 있어 따로 쓸 말은 없고...
근래 화제작이자(송혜교가 선전하는 그 게임!) 와이프님이 직장에서조차 그리워하는 -_- '놀러오세요, 동물의 숲'에 대해 몇 마디 써보렵니다.
일단 제일 가까운 게임을 찾으라면 아무래도 '심즈'가 될 거 같군요.
이 게임은 자신의 마을에 정착하여 대출받은 집값을 알바를 뛰며 갚는 것으로 시작됩니다...-_-
그리고 마을의 다른 주민인 동물들과도 친분을 쌓고, 대출금 다 갚으면 집도 늘리고, 가구도 모으고, 옷도 바꿔 입고, 낚시를 하거나 화석을 모으거나 곤충 채집을 할 수도 있지요.
심즈랑 정말 별다를게 없어 보이는군요 -_-;
근데 심즈랑 굉장히 다른 게임입니다. 일단 심즈는 인생을 산다고 하지만, 선택한 직업에 따른 목표가 너무 뚜렷합니다. 그리고 하루하루가 너무 빨리 지나갑니다. 그야말로 현대인의 일상을 게임에 담은 듯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고 오후에 돌아와서 밥해먹고 친구들을 만나거나(그것도 사실 필요에 의해서..-_-) 공부를 해서 능력치를 올려야 합니다. 그래야 월급이 오르니까요.
하지만 동물의 숲은 정말 동화 속에 사는 듯합니다. 게임의 시간은 현실과 똑같아서 매일 밤늦게 게임을 한다면 상점은 문을 닫고, 밝은 하늘을 보기가 힘듭니다. 지금은 겨울이라 눈이 내리고 눈사람도 만들 수 있습니다. 낚시를 해도 되고, 꽃을 심어도 되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도 상관없습니다. 심즈처럼 굶어 죽거나 사고로 죽거나 할 일은 없습니다.
현실적인 문제인 '집값 대출 상환'이 있긴 하지만 집 크기에 연연하지 않는다면 크게 신경 안 써도 됩니다.
동물 친구들은 AI가 비교적 뛰어난 편이라 늦게 돌아다니면 '밤늦게 뭐하니?'라는 식으로 말을 하고, 아침에 집으로 찾아가면 '단잠 자는 중, 깨우면 죽는다'라는 메모도 볼 수 있습니다. 저에게 편지를 쓰기도 하고, 선물을 주기도 합니다.
심즈가 '가상의 나의 성공'을 이루는 재미로 플레이를 했다면, 동물의 숲은 '편안한 유토피아 속의 나'를 즐기는 재미일까요.
물론 게임인 만큼, 무언가를 열심히 한다면 그에 대한 보상은 있습니다. 모든 종류의 물고기를 잡는다면, '황금 낚시대'를 얻을 수 있다든가 하는게 그것인데, 물고기가 계절에 따라 다르게 잡히므로 1년 가까이 해야 다 잡겠지만... 우리 나라 게이머들은 승부욕이 강해서 그런건지 아마 게임기 시간을 조작해서 이런 이벤트들을 달성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더군요 -_-;
게임을 즐기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이 게임만큼은 게임의 '보상'에 너무 집착하지 않는 것이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보상에 너무 집착하면 다른 게임과 다를 바가 없고 목표하는 바를 성취하면 재미가 없어질테니까요.
사실 동물의 숲에는 지루해지지 않을 다른 요소가 있긴 합니다. Wi-Fi를 통해 다른 게이머가 사는 마을들을 돌아다닐 수 있다는게 굉장한 장점인데, 마치 이게 MMORPG같은 느낌을 줍니다. 우리 마을에 아직 안 파는 물건을 다른 마을 상점에서 사올 수도 있고, 마을마다 특산물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주고받으면서 친해지기도 하고요.
심지어 다른 마을에 들렀을 때 만난 동물이 편지를 보내기도 합니다. 와이프님은 동물들과 정을 나누는 것에 푹 빠져서 다른 마을에서 편지가 오면 그 마을 주인이 접속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답장을 보낼 정도입니다(마을 주인인 사람이 아니라 그 마을 동물에게...-_-).
우리 동네 마을 동물한테 제가 못되게 굴어서 걔가 이사가려고 짐을 싸놓자 -_- 와이프님이 '안 갔으면 좋겠다~' 이러면서 그 동물의 마음을 돌리려고 애도 무진 쓰고요...
참, 게임기 하나로 여러 사람이 돌아가면서 플레이도 가능하지요. 같은 마을이 둘이 다른 캐릭터로 번갈아 접속하는 식입니다.
동물들은 와이프님게게 받은 편지를 키득거리며 저에게 보여주기도 하고, 반대로 와이프님을 만나서 제 욕을 하기도 합니다...ㅡㅡ
물론.... 우리끼리도 편지와 선물을 주고 받기도 하지요 ^___^
리x지나 WO* 같은 MMORPG가 아님에도 아마 이렇게 빠질 수 있는 게임은 드물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쨌든 끝이 없는 게임이니까요. 설마 나중에 금낚시대를 현질하거나 하는 현상이 생기진 않겠지...-_-
그리고 이건 다른 얘긴데...
NDSL이 80만대 이상 팔리면서 큰 성과를 올렸지만 게임은 1/6 수준이 팔렸다고 합니다. 정품 게임을 게임기 구입자 6명당 1개씩 갖고 있다는 얘기죠. 그만큼 불법 다운로드가 성행한다는 얘긴데...-_-;; (NDSL은 메모리 카드를 저장매체로 쓰긴 하지만, R4라는 장비를 통해 메모리 카드에 게임을 다운 받아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솔직히 이건 MP3 불법 다운로드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봅니다. 제가 개발자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음악은 그나마 공연이나 벨 소리, 컬러링, 미니홈피 배경음악 등으로 수익구조 다변화가 어느 정도 가능한 상황이지만 게임은 불법 다운로드가 직격탄에 가깝습니다.
지금 같은 식이라면, 게임기를 팔만큼 팔았다고 판단되는 시점에서 수익성이 없는 한국에는 게임 출시를 포기하고 영어나 일어 게임만 구해다 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게임의 한글화 작업은 책 번역보다 몇 배나 까다로운 작업입니다.
저도 직장인이 되기 전까지는 복사나 다운로드 게임을 많이 했습니다만, 직장인이 된 이후로는 PS2도 개조없이 여지껏 쓰고 있고, 엑박 360과 PC를 포함해 정품 게임에 쓴 돈이 100만원은 넘을 거 같군요.
아마 NDSL은 게임기 중에서 게임 경험이 적은 입문자(?)들에게 가장 많이 팔린 게임기일 거 같은데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지 좀 기가 찰 노릇입니다...-_-; 공짜에 대한 목마름은 게임 경험과는 무관하죠, 네...
마지막으로..
아래에 동물의 숲을 즐겨 본 외국 유저가(아마 미국 쪽?) 썼다는 글을 소개합니다. 제가 번역한 건 아니고 퍼온겁니다.
짧은 내용이지만 읽고 울 뻔 했습니다... 게임에 관한 감동적 사연들을 모아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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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디 2007/12/14 09:06
NDS 기사가 났는데, 본체(?)보다 게임 타이틀이 덜 팔렸다고 하더군요, 한국에서는. ^^ 다운받는 게임 중에는 바이러스가 있는 것도 있어서 닌텐도측에서 의도적으로 바이러스 있는 걸 유포한 게 아니냐는 음모론도 전개되고 있고요.
하지만 전 역시 휴대용 게임은 좀 금방 질리더라고요. 역시 PC게임이... ^^; -
Nangin 2007/12/14 09:54
순전히 철권머신으로 PSP를 굴리고 있고.. 솔직히 출근길에 RPG 하다가 멀미가 나서 휴대용 겜은 접을라 했는데
NDSL은 하나 꼭 장만하고 싶어지네. 문제는 예산이구만 -_-; 동물의 숲이 그렇게 대단한가 했는데 읽어보니
막 땡기누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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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ike96k 2007/12/14 16:13
내 PSP는 [몬스터헌터2] 전용기... 리오의 포효와 함께 아침을 맞는 기분은 산뜻하다 못해 소름이 끼치지. +_+
이제 한국 닌텐도도 슬슬 열받기 시작하는 듯. 불법기기를 취급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지 않는 소매점에게는 기계와 소프트를 공급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기사가 얼마 전에 올라왔는데... 과연 그것으로 얼마나 나아질런지는 조금 두고봐야 할 것 같다. 아직은 용산 같은 곳에서 당연한 듯 R4나 닥터를 권하는 추세니까... 어떤 부모들은 자기들이 다운받아서 직접 애들 NDSL에 넣어준다고 하더라. -ㅠ-; -
EnJI 2007/12/14 21:03
다운받아하는 유저들도, 개발자의 길을 걷게 된다거나 하면 다운로더의 길을 끊을 지도 모르죠(힘들겠지만요).
음.. 그리고 마지막에 소개해주신 일화는 동숲 팬이 만들어낸 픽션이라고 합니다. :) -
푸른곰 2007/12/18 04:38
포스트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저도 조만간 동물의 숲에 관한 글을 쓸 작정에 있습니다만 올리신 동물의 숲 타이틀 사진을 좀 사용해도 괜찮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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