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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5.07 아름다운 이사 (4)

아름다운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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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을 맞아 이사를 했습니다. 지금까진 해보지도 않았던 손없는 날까지 따져가며 한 이사였지만 사실 결과적으로는 최악의 이사였던 듯 합니다 -_-;

물론 포장이사였습니다만... 결혼하고 처음하는 이사인데, 혼자 살 때도 포장이사는 두 번 해봤었습니다. 근데 짐이 많아지니 차원이 다르더군요 ㅡㅡ;
혼자 살 때는 포장 이사로 편하게 했는데 두 사람이 같이 사니 짐은 두 배가 아니라 대여섯배는 되는 거 같고... 혼자 살 떄는 1t 트럭이 왔었는데 이번엔 5t 트럭도 모자라더군요 -_-;;

게다가 메이데이(5월 1일)에 가서 이사 갈 집 청소하고, 다 못해서 이사 전 날 가서 청소하고, 이삿날 청소하고 어린이날은 마무리 청소...ㅡ.ㅡ;
몸도 힘들었지만 와이프님이 임신한 상태라 신경이 곤두서 있어서 정신적으로도 더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몸이 무거운 와이프님이 더 힘들었겠지만... 심기를 건드리지 않느라 눈치를 보는 건 아무것도 안해도 힘들지요 -_-

문제는... 이사업체가 좀 아니더군요. 방문 견적을 세 군데에서 받았는데, 맘에 들었던 곳은 손없는 날(귀신이 안 붙는 날을 말하는데 일종의 미신?) 이사하기가 힘들다고 하여 이 곳에 하게 되었지요. 평일에 50만원인데 손 없는 날이라고 바로 20만원을 올리더군요. 그리고 사다리차 한 번 쓰기로 하여 76만원 낙찰...-_-
물론 손 없는 날을 신경쓰거나 하지는 않습니다만, 이번에는 와이프님이 임신 중이고 부모님도 손없는 날에 이사 하라고 하셔서 돈이 좀 아깝긴 하지만 그렇게 했지요.

그리고 아침 8시도 되기 전부터 이사가 시작되었습니다.
포장하는 거야 뭐 그렇다 치고... 힘든 것도 충분히 이해하기에 음료수 정도는 일단 하나씩 돌렸지요.
근데 사소한 것에서 조금씩 기분이 상하기 시작했습니다. 냉동실의 곶감이 사라졌다는 와이프의 제보와...-_- 제가 화이트데이 때 와이프님꼐 선물했던 사탕 봉지가 몇 개 뜯겨져 있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기분은 안 좋았지만 그러려니 했습니다...

근데 손없는 날이라 이사가 많다보니 사다리차가 굉장히 늦게 오더군요. 사다리차는 이사업체 소속이 아니고 외주를 주는 것이기 때문에 제대로 컨트롤이 안되지요. 머 이건 이해해줘야지 하고 또 넘어갔습니다. 어쨌든 짐은 10시 넘어서 다 쌌는데 사다리차로 옮기는 건 무려 11시 반이나 되어서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갑자기 짐이 많다면서 용달차를 하나 더 불러야 된다고 하더군요(원래는 5t 하나만 왔었고 방문 견적도 5t 하나). 그러면서 추가금을 요구하는데 물론 이건 지불 못한다고 얘기했습니다. 방문견적은 뭐하러 한 겁니까 ㅡㅡ; 결국 그냥 추가금 없이 1t을 하나 더 불렀습니다.

그리고 이사할 집에 도착... 주상복합 아파트였는데 보더니 이삿짐 센터 직원이 저에게 살짝 불만을 표시하더군요. 현관과 엘리베이터 거리가 멀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요지인 즉슨, 이런 경우는 원래 사람이 한 명 더 필요한데 그런 상황이 아니고 자기들끼리 해야 하니 인건비조로 좀 더 생각해 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생각해 보겠다고 했죠. 기분은 안 좋지만 사람들 고생하는 건 알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얹어 줄 의향은 그 때까지 있었지요(맘이 약해서 지금까지 이사하면서 담배값조로 1~2만원씩 안 얹어 준 적이 사실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슬슬 지치는 건지... 표정에 웃음기도 좀 없어지는 거 같고... 컵도 하나 깨먹고...-_-; 서울랜드에서 와이프님과 기념으로 만들었던 양초 손모형(우리들 손으로 본 뜬 거)도 하나 깨먹고...ㅡㅡ
와이프님이 화가 많이 났었지요. 그래서 컵과 손모형 값으로 만원을 빼고 주려고 했었는데(이 과정에서도 기분이 많이 나빴습니다. 인상 확 쓰면서 '그래서 얼마를 원하시는데요?' 이렇게 말하더군요) 이사업체 직원이 인상을 쓰면서 대신에 아까 생각해 주기로 하셨으니 인건비 5만원을 추가해 달라더군요.

여기서부터 다툼이 시작되었습니다 -_-; 저도 화가 많이 났지만 와이프님이 애까지 있는 마당에 크게 싸우고 싶지는 않았고 이사업체 직원은 거의 인상을 쓰고 싸울 듯이 덤벼들길래 사장과 통화를 하겠다고 했지요.
업체 사장 말씀은 계약서 뒷면에 보면 도착지의 상황에 따라 금액 변동이 있을 수 있다...라고 써 있다더군요. 자세히 확인은 안 했습니다만, 그런 애매한 조항을 써놓고 계약이라고 우기는 건 우리 나라 업체들이 잘 하는 일이긴 하지요...

제 입장에서는 사다리차를 써도 6만원을 내야 하고 엘리베이터로 옮겨도 관리실에 5만원을 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사다리차 쓰면 이사업체도 편하고 저도 상관은 없지만 아파트 구조상 불가능했구요.
현관에서 엘리베이터가 약간 멀기는 했지만(10~20M?) 짐을 들어나르는 것도 아니고 바퀴달린 카트 같은 걸로 옮기던데 1명분의 인건비를 더 받아야 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더군요.
그리고 다른 업체들은 손없는 날에 10만원 정도 더 부르던데 여긴 무려 20만원을 더 얹어 주었습니다. 휴가철 민박집 바가지요금만큼은 못하지만 40%나 비싸게 받는 셈인데 쩝...

게다가 이사업체 직원은 인건비까지는 안 바랐지만 밥이라도 한 끼 사주셨으면 했다...라더군요.
이사업체들이 광고하면서나 방문 견적시에 보통 '추가금을 요구하지 않는다', '식대는 따로 주지 않으셔도 된다'고 하는데 이게 추가금이 아니고 뭐란 말입니까.
그리고 밥값까지는 못 드렸지만(정말 암말 없었으면 추가로 얹어 주려고 했습니다) 음료수 같은 것도 대접했고 대접하기 전에도 냉장고의 물을 알아서 잘 꺼내 마시더군요. 그리고 마실 것좀 사 달라는 말도 잘 하시고...-_-;;

솔직히 그런 이사업체 직원들은 처음 봤습니다 -_- 함부로 냉장고에 있는거 꺼내 마시거나 사탕을 먹거나 하는게 사소하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굉장히 기분 나쁜 일인데 말이죠...
혼자 살 때 했던 포장 이사는 훨씬 나이 많은 분들이었는데도 묵묵히 일만 하고 가시려 해서 정말 미안해서 제가 조금 더 넣어드렸던 적이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냥 4만원만 더 주고 보내버렸습니다. 기분만 잡쳤지만 어쩌겠습니까. 액땜한 셈 쳐야지요.
힘든 것도 힘든 거였지만 참 정말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지 않았던 이사 같네요.

아, 근데 왜 제목이 아름다운 이사냐구요? 그게 이사업체 이름입니다...


* p.s. : 와이프님 제보에 따르면 곶감 외에도 홍시, 쥐포 등 냉장고에서 은근히 많이 사라졌다는 얘기가...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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